보도자료 | 2025.05.01 | #네프론 #수퍼빈
28일 낮 12시께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설치된 네프론에 한 시민이 페트병을 넣고 있다. 이나영 기자
서울 동작구 주민 권은선(37)씨가 지난 28일 낮 12시께 사당역 주변 ‘순환자원 회수로봇’이라 적힌 기기에 집에서 들고 온 페트병을 하나씩 넣기 시작했다. 기기가 페트병을 삼킬 때마다 페트병이 납작하게 찌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포장지가 붙어 있는 페트병을 넣자 ‘투입 불가 자원입니다’란 문구가 뜨며 곧바로 페트병을 뱉어냈다. 포장지를 깨끗이 제거한 뒤에야 기기는 페트병을 다시 삼켰다. 가지고 온 페트병을 모두 버리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가 실시간으로 쌓여 휴대전화 앱 화면에 나타났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권씨는 지난해부터 매달 한번씩 재활용 가능한 캔과 플라스틱을 모아 들고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재활용품도 깨끗이 버려야 자원 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포인트를 쌓아가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환경 보호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28일 낮 12시께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네프론 운영사 직원이 네프론에 모인 캔을 수거하고 있다. 이나영 기자
자원순환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재활용 활성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자연 분해에 최대 1천년 이상 걸리는 플라스틱 등 재활용 폐기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생활폐기물 재활용률(환경부 기준)은 60%를 밑돌며 10년째 제자리인 탓이다. 서울만 해도 영등포구의 경우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쓰레기봉투로 교환해주는 ‘쓰레기 다이어트 점빵’을 운영하고, 관악구는 재활용 쓰레기를 정해진 장소에 품목별로 분리배출하도록 한 ‘재활용 정거장’을 3천개 이상 설치했다.
그 가운데서도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은 인공지능을 결합해 플라스틱 등을 고급 재생 원료로 만드는 데 걸림돌로 여겨졌던 재활용 폐기물 오염·혼입 문제를 해결했다. 네프론은 올해 4월 기준 전국 곳곳에 1520대가 설치됐고, 서울에서는 자치구 24곳이 230대의 네프론을 운영하고 있다. 음식이 묻거나 비닐 포장이 붙어 있는 경우, 다양한 색깔의 플라스틱이 뒤섞인 경우에는 고급 원료로 재생되기 어렵다.
네프론에는 자원의 종류, 색, 형태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과 재활용이 불가한 제품을 분류하는 알고리즘 등이 적용돼, 시민들이 정확한 방식으로 재활용 폐기물을 버릴 수 있도록 돕는다. 네프론 운영사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는 “분리 배출을 해도 혼입이나 오염이 발생해 고품질 재생 원료로 재활용할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돼 대안으로 네프론을 개발한 것”이라며 “사용자에게는 보상금(포인트)을 지급해 재활용 실천의 가치를 실감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28일 낮 12시께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네프론 운영사 직원이 네프론에 모인 페트병을 수거하고 있다. 이나영 기자
시민 반응은 생각 이상이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2021년 네프론 3대를 처음 설치한 뒤, 주민 수요가 많아 현재 총 24대로 늘린 상황”이라며 “작년에만 4만7천여명이 기기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환경 보호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며 일석이조란 반응이다. 방배동 주민 송아무개(65)씨는 네프론에 플라스틱을 넣으며 “포인트를 모아 소아암 아이들에게 기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수거된 투명 페트병 1개당 10포인트(10원)씩 적립되는데, 2천점 이상이 되면 환급 신청 뒤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송씨는 “최근 5만포인트를 모아 기부한 뒤 다시 1만2700포인트를 쌓았다”며 앱에 쌓인 포인트를 내보이며 기분 좋게 웃었다.